수강편람 확인하기 내 생각

어제로 학기가 대충 마무리 되었다. 지금은 다음학기 계획을 위해 시간표를 확인하고 있다.

사실 올해 가을 학기는 시작부터가 망가졌는데, 학기 계획을 완전히 잘못 짠 까닭이다.

11월 교토 학회는 그 자체로는 나름 성공적이었지만 이 한번의 발표를 위해서 많은 비효율을 감수해야했다.


우선 쉽게 끝나지 않는 계산을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그 안에 끝내려고 한 탓에 그 이후로 예정했던 모든 공부 계획이 망가졌다.

물론 기적적으로 더욱 의미있는 결과가 나와서 어느정도 보상받기는 했지만 연구에 있어서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는 것을 새로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교과서 공부 계획과는 또 다르다.

원래 올해의 계획은 Sum Rule 로 Symmetry Energy의 적절한 단위까지 접근 가능하느냐를 생각해보고,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까지 끝을 보아 계산해보는 것이었는데 이 일은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이미 4월에 계산 결과가 나왔고 한국물리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높은 질량 차원의 Condensates를 다뤄보는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 여름에 논문을 완성하는 것이 살짝 수정된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름에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학회에 참가해야했고 덕분에 방학을 말끔하게 날려버렸다. 게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9월에 나오게 되면서 이것을 고려한 새로운 계산을 10월까지 해야했다. 덕분에 8월 말부터 시작했어야 할 계획은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아직 많이 모자란 학생으로서 연구과정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근본적인 부분에서의 의문은 어느 단계에서나 떠오르는게 당연한 것이고, 11월 학회까지 결과를 맞춰야 하는 바람에 진지한 고민을 해서 이해하지 못한채 가볍게 다루고 넘긴 부분이 많았다. 사실 계획한 공부 계획도 이런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계속 계획했던 것 이후로 일이 밀리자 조급한 마음에 계산만 간신히 끝냈을 뿐, 나머지 많은 부분을 손해보고야 말았다. 

연구는 원래 이런 것이다. 어떤 주제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면 이미 그것은 모르는 사실을 알아내는 연구가 아니라 널리 알려진 사실을 리뷰하는 것이다. 


그리고 급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이 계산에 대해 알게 되고 일에 착수한 것은 작년 9월의 일이다. 당시 나는 양자장론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한번 전체적인 정리가 필요한 때였다.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여러 곳에 적어두고 다시 한번 책을 읽어야 했는데 이 때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정리가 되지 않은 많은 부분을 시간이 흐르면서 다 잊게 되었다.

거의 1년간 기본을 다지지 못해 많은 부분이 허술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연구 과정에서도 많은 부분을 그저 인용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났다. 빨리 회복해야겠다는 마음과 계산 결과를 정해진 날까지 내야 한다는 마음에 조급해져서 들인 시간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버리게 되는 시간이 많았다.

이렇게 되면 연구를 비롯한 생활 리듬이 많이 망가지기 때문에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또 멀리서 관조하는 여유가 없으면 내부의 천재성을 더듬어 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것이야 말로 큰 손해인 것이다. 무엇보다 이것을 경계해야한다.


다행히도 내년 코스웍은 좋든 싫든 들을 과목이 없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늘 흐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집중해 보겠다.




2011년 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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